밤 새워 치는 목탁소리에 주지스님도 방에서 잠을 자지 않고 염불하셨던 것 같다. 당시의 기억 가운데 가장 신기하였던 것은 회향을 하고 하산하는데 마을의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소 우는 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 모든 소리가 관세음보살의 염불소리로 들렸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이 이틀정도 계속되었던 것 같다. 물론 어머님의 병세도 호전되어 완쾌하셨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하여 출가한 뒤에야, “모든 삼라만상이 부처님 아님이 없으며, 모든 소리가 법음(法音)이라”고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또 한 번의 경험은 출가 한 뒤 대학 2학 때였던 것 같다.
그 해 여름 방학에 은사 스님이 계시는 경주 ‘중생사(衆生寺)’에서 지장기도를 15일간 철야로 한 일이 있었다. 처음 시작 할 때는 법당에서 기도하다가 죽을 각오로 기도발원을 하였다. 앉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눕지도 않고, 기대지도 않고, 서서 목탁을 치면서 24시간을 계속하여 염불을 하였다. 밥 먹고, 세수하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법당에서 염불을 계속하였다.
처음 하루는 시작하는 마음으로 보냈으며, 이틀 삼일 사일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었으며, 칠일이 고비였다. 한 밤 중에 기도를 하고 있으면, 약간 떨어진 요사채에서 잠자는 소리, 코고는 소리, 잠꼬대하는 소리까지 들리곤 하였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팔일이 되고,구일이 지나 십일이 넘어서니 모든 잡념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몸은 피골이 상접하였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으며, 상쾌하였다. 마치 날아갈 것 같이 정신은 맑았다. 보름 동안의 철야기도를 회향하고 나니, 몸무게는 10키로가 줄었다. 그러나 너무나 또렷하고 맑은 마음은 마치 유리그릇과 같이 투명하다고 생각하였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경험은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아마도 내가 정토염불신행을 하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어릴때의 관음기도와 청년기의 지장기도가 이제는 아미타불염불로 계속되고 있는 자신을 돌이켜 볼 때, 나의 근기에는 염불신행이 가장 적합한 수행방법인 것 같다.
보광스님/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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